2013년 9월 1일 일요일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1899-1961
단편소설 전집

회고해 보면 헤밍웨이 문학 중 뛰어난 부분은 그의 장편소설들이 아니라 단편소설들이다. 단편소설 속에서는 그의 단점들이 드러날 만한 시간과 공간이 없는 까닭이다. 그의 호전성, 일부러 내세우는 남성성, 폭력과 강인함의 칭송, 허장성세, 낭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여성관 등이 짧은 단편소설 속에서는 모두 억제되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강렬한 순간, 고립된 순간을 섬광처럼 빛내는 저 유명한 스타일은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의 단편소설에는 진리에 대한 숭상, 독창적 산문, 간결하면서도 적확한 대화, 감정의 분출 등이 돋보인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헤밍웨이는 전 세계 단편소설가들 중에서는 10대 작가 안에 들어간다.

 그는 죽음, 열정, 패배, 인간 희망의 끈덕짐 등 궁극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헤밍웨이의 문학세계는 실제에 있어서 그리 폭넓지 않다. 그보다 명성이 떨어지는 소설가들 중에서도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더 깊이 더 넓게 탐구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헤밍웨이를 위대한 작가들과 비교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스탕달 곁에 세워 놓으면 그는 청년처럼 보인다. 헨리 제임스 옆에 서면 원시인처럼 보이고, 톨스토이 옆에서는 미성년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적지 않다. 마크 트웨인이 쌓아놓은 기초 위에다 그는 영어 문장을 문학적으로 개조했다. 그는 어떤 한 순간의 진실, 통찰, 체험을 단 한 단어의 낭비도 없이 간결하게 드러낸다. 그가 문학에 기여한 공로는 이런 테크닉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도덕적인 기여도 했다. 헤밍웨이는 언어의 정직성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었다.

그의 훌륭한 단편소설들(여기에는 중편소설 <노인과바다>도 들어간다)은 <립 밴 윙클>이나 <어셔 가의 몰락>처럼 미국 문학의 유산이 되었다. <킬리만자로의 눈>, <패배되지 않는 자>, <나의 아버지>, <살인자들>, <5만 달러>와 수십 편의 단편소설들은 지금 읽어도 또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생생하다. 저자가 느꼈던 그 심정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헤밍웨이의 인생관을 받아들이든 말든, 우리는 우리는 아프리카 초원, 투우장, 술집, 스키장, 경마장, 프로 복싱, 미시건의 삼림 등르 다룬 이 단편소설들을 거부할 수가 없다. 이 단편소설들은 새로운 무대와 새로운 스타일을 초월한다. 정서와 정서의 통제가 여기에서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정직한 예술가가 진실을 말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노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전집>은 소위 핑카 비히아판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유일한 전집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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