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500 ~ AD. 1500
문명과 야만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는 것이 이 시대의 주요한 특징이다. 스텝 지역의 유목민들을 뚜껑을 꽉 닫지 않은 병 안에 떠다니는 미립자로 비유했는데, 문명의 어느 한 지역에서 이 유목민을 추방하거나, 혹은 자기들끼리의 영토 싸움에서 한 쪽이 지면 쫓겨난 유목민들이 다른 지역을 점령하거나 쫓겨가면서 다른 문명 세계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처음에는 문명의 변방이 이런 유목민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었지만 (중국은 전통으로 굳어진 이이제이로 효과적으로 포섭하거나 다스렸고) 기마 전술이 발전하면서 달라졌다. 스텝지대의 경무장 기마병의 빠름과 문명국의 중무장 기마병의 강함이 일종의 평행 상태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들 중무장 기마병을 관리하는 문명국 변방의 군사 조직을 중앙이 통제할 수 있느냐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강력한 봉건제의 카리스마로 이런 전사계급을 다스리는 전형을 창출해냈다.
문명이 변방으로 퍼져나가던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특정 부족이나 도시, 국가만을 위한 종교가 아닌 보편적인 종교의 확산이다. 뿌리가 없는 도시인에게는 생활의 중심과 의지가 될 만한 강력한 신앙이 필요했다. 또 현재의 고난을 부정할 수 있는 마취제가 있어야 했다. 그리스도교와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는 발흥지에 따라 특성이 다르지만 세계 종교가 될 만한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종교단체의 일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동류 의식, 현재의 고난이 내세의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는 희망, 그럼으로써 현재의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거나 미래를 위한 디딤돌로 기꺼이 받아들이 게 하는 점. 윌리엄 맥닐은 부정과 고난은 문명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서, 신앙이 출현하지 않았다면 문명이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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