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토요일
참고글: 마르크스의 '자본론' 1권 정리
1.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운동법칙을 밝히기 위해 서술되었으며 그 부제인 정치경제학 비판은 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가리킨다.
2.
맑스는 자본론을 총 4권으로 기획했으나 생전에 직접 출간한 것은 1권뿐이다. 나머지는 엥겔스가 맑스가 남긴 노트를 편집해 출간 한 것이다. 즉, 자본론 1권은 맑스가 직접 감수한 것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한다.
3.
자본론 1권의 구조를 봐야 맑스의 자본주의 분석의 전체 흐름을 알 수 있다. 자본론 1권은 자본의 운동법칙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서, 1권 4편에서 7편에 이르는 자본의 가치증식 과정에 대한 분석이 그 핵심을 이룬다. 그런데 이 분석을 위해 먼저 해명되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상품과 화폐이다. 자본은 화폐의 형식으로 축적되며, 화폐는 상품의 한 특수한, 일반적 등가형태이므로 이 둘에 대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본론 1권에서는 상품과 화폐 분석이 1편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자본의 가치증식 과정이 시작되는 지점, 즉 자본의 역사적 기원으로서 시초축적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자본의 축적이 순환하는 양상과 최초에 시작하는 양상은 질적으로 다르며, 또한 그 시작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알아야만 현재의 자본 운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자본론 1권의 마지막을 이룬다.
4.
자본론 1편은 상품과 화폐에 관해 다룬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본론은 상품의 분석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상품 생산을 기초로 삼는 것이며 상품 안에는 자본주의 생산 관계가 추상적으로 은폐되어 있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고도의 추상이다.
상품이 성립되려면 교환되어야 한다. 교환의 척도는 가치인데 이 가치는 상품에 투입된 추상적 노동 일반의 양에 따라 비교된다. 또한 그 가치를 비교하기 위한 하나의 일반적 등가형태로서 척도가 필요한데 그 것이 화폐이다. 화폐는 상품 교환과정에서 파생되지만, 곧 자본 축적의 핵심이 된다.
상품과 화폐의 교환은 그 자체의 법칙에 따라 수행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뒤에 은폐된 역사적/사회적 관계에 따라 수행되는 것이다. 일례로 상품의 일반적 교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치의 척도로서 질적으로 동등한 이른바 추상적 노동이라는 개념이 성립해야 하는데 이는 오직 역사적으로 성립되는 것이며, 그 뒤에 노동의 상품화와 자본의 존재를 은폐하고 있다.
2편은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체제이다. 이는 간단한 도식으로 M-C-M`라 표현된다. 상품 생산과정에 투입된 자본은 그 투입된 자본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모순에 빠지는데 이를 위한 조건이 바로 노동력의 자유로운 구매와 판매이다. 이 노동력은 상품의 가치를 창조하는 추상적 노동일반과 구별되는 물리력의 소비이다.
3편은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다룬다.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투입된 자본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는 핵심적인 원리가 바로 잉여가치이다. 간단히 말해 노동은 그 것이 받는 가치(노동력의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해낸다. 잉여가치는 다시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로 나뉜다. 절대적 잉여가치는 잉여노동의 절대량을, 상대적 잉여가치는 필요노동과 잉여노동 간의 비율을 가리킨다. 축적에 있어서는 이 둘 모두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적 잉여가치이다.
4편은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다룬다.
상대적 잉여가치를 늘이기 위해서는 필요노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필요노동을 줄이는 것은 다시 말해 노동력의 가치를 줄이는 것인데, 이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각종 생활수단의 가치를 줄이는 것, 즉 노동생산성의 제고를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양식의 다양한 재편이 요구된다. 사회는 협업과 분업, 매뉴팩쳐 체제를 거쳐 마침내 기계제 대공업에 기반한 생산 체제에 이르러 그 절정을 맞이한다. 기계제 대공업 사회에 이르러 노동자는 탈숙련화되어 생산조직 자체의 부속물로 전락하게 되며, 이에 따라 생산조직 내부의 독재와 생산조직 외부의 무정부성 간의 모순이 극에 달한다. 이 모순으로부터 자본주의적 산업생산의 불안정성이 파생된다.
5편은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다룬다.
이 편에서 맑스는 앞에서 논의한 것을 일정부분 반복하면서 잉여가치 생산에 관한 일반적 공식을 몇 가지를 다룬다.
6편은 임금에 관한 논의다.
임금은 흔히 노동의 가격이라 하지만 노동 자체가 가치를 창조하는 한 이는 동어반복이다. 실제로 노동자는 노동이 아니라 노동력을 판매한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노동의 가격으로 은폐하는 것에 착쥐 관계의 본질이 있다. 임금은 시간급과 성과급의 두 형태로 나뉘는데 이 두 형태 모두 착취관계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7편은 자본의 축적과정에 관한 논의다.
이 편은 자본론 1권의 절정이자 핵심을 이룬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지탱하기 위한 단순재생산에서 부터 시작한다. 이는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가 가능하기 위한 토대를 가리킨다. 자본주의 생산체제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임노동자의 생산수단에의 접근이 계속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잉여가치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것을 고찰하면서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에 이르는 고찰까지. 여기에 이르러 자본주의 사회 기본 운동법칙이 밝혀진다.
상품은 교환법칙에 따라 교환되지만 그 것 자체의 모순에 의해 부등가 교환의 토대를 마련한다. 최초의 자본축적-시원적 축적-은 상품의 등가교환 법칙에 의해 마련되었을지 몰라도 자본의 축적이 진행되면서 이제 축적은 오직 잉여노동에 의해서만 가능해진다. 즉, 노동력이 부등가교환되는 것이 잉여가치의 축적에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 노동생산성, 착취도, 노동강도 등의 기타 요인들은 잉여가치의 축적량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의 축적이 진행되면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에 변화가 온다. 자본의 축적 자체는 노동 수요의 증가를 불러오지만 자본 축적이 진행되면 고정자본의 상대적 크기가 늘어나면서 노동인구의 일정 부분이 산업예비군으로 남게 된다. 이 산업예비군이야 말로 노동계급을 상대적 빈곤과 자본에의 예속상태로 남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런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자본주의 사회의 주기적 공황과 노동계급의 영속화된 빈곤의 근본적 원인이다. 즉, 산업예비군은 호황기에 급속한 생산의 확대를 가능케하며 또한 그 확대로 인한 축적으로 인해 다시 실업상태로 몰리게 되는데(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변하면서) 이로 인해 공황이 야기된다. 그에 따라 산업예비군은 호황기에는 생산조직에 유입되고 불황기에는 축출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노동계급의 생활조건 개선에 대한 요구를 무력화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불안정성이 자본주의 생산 관계의 안정성을 이룬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그 자체로서는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모순 위에 있다.
또한 자본의 축적은 집적과 집중의 두 방식에 따라 이뤄지는데 집적은 단순한 자본의 축적이며 집중은 둘 이상의 자본이 합쳐지는 과정이다. 특히 공황기와 회복기에 두드러지는 것이 이 자본의 집중인데, 이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경쟁의 필연적 결과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의 생산수단은 점점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
8편은 시초 축적에 관한 장이다.
"자본은 세상에 나올 때부터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리고 모든 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뚝뚝 흘리며 나타난다."
4.
자본론의 분석 가운데 일반적인 오해를 사고 있는 것 하나는, 맑스가 자본의 축적이 진행됨에 따라 노동계급의 물질적 생활 조건이 절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 예견한, 이른바 궁핍화 명제에 관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 2차대전 이후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의 생활상이 급속히 개선된 점을 들어 맑스의 예측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자본론을 읽어보면 맑스의 주장은 노동계급 물질적 생활조건이 상대적 궁핍화되는 것, 즉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간극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예건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의 증가에 따라 노동자들의 생활 조건의 절대적 수준 자체는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하에서 일어나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경향을 적절히 예측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5.
자본론에서 다루는 '자본'을 자본가로 오해하면 안된다. 맑스는 자본가는 인격화된 자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개별 자본가의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자본은 하나의 실체라기 보다는 과정이며 임노동과 독점된 생산수단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관계의 현실적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개별 자본가나 노동자의 행동이나 의지 바깥에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6.
자본론의 분석은, 맑스가 인용하는 자료들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책이 씌여지던 19세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맑스 자신이 자본론을 예언서로 썼다기 보다는 해부서로 썼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따라서 자본론을 읽을 때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특히 맑스가 인용한 자료들이 대개 당대의 정부보고서나 기사, 학자들의 저술들임을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현실을 살피고 그 것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묶는 일이지 이미 죽어버린 이들의 책을 죽어라 들이파면서 지식을 축적하는 일이 능사가 아님을, 자본론을 읽으면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7.
하나 더, 자본론 1권을 읽으면서 새삼, 이 책 들이파봤자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대한 뭔가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없단 걸 알았다. 외려 자본가로서 착취하는 방법에 도통할 수는 있겠다. 2007년 쯤 뉴욕타임즈에 월스트리트에서는 자본론 읽는 게 유행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 이제 납득이 간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