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전쟁으로 시작됐다. 1914년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사건이 4년 동안 유럽 대륙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 넣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쟁이 그토록 대규모로, 또 오랜기간 계속 된 것은 19세기 내내 유럽 국가간의 외교관계가 복잡해지고, 국가의 자원 동원 능력, 전쟁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각 국가는 전면전을 대비해서 대규모의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하는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이런 계획은 한번 실행되면 수정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웠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자 각 국은 계획에 따라 자원을 동원했고, 이 자원이 먼저 소모되기 전까지 전쟁은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른바 '참호전'의 시작이었다.
1차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음에도, 1차대전을 끝으로 19세기의 자유주의는 끝났다. 전간기의 경제적 혼란 속에서 러시아에서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자리잡았고, 미국과 독일에서도 더 강해진 국가가 전면에 나서 사회를 계획하고 개조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이런 경향이 거 강해졌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케인즈주의로 대표되는 국가의 거시경제 조정이 주류가 됐고, 식민지에서 해방된 신생국가들 중에서도 이런 국가가 주도해 사회를 개조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이런 흐름은 결국 엘리트 대 대중의 구분을 더 뚜렷하게 나누는 지적 조류를 강화하기도 했다.
2차 대전 후 대대적인 경제 부흥은 농경의 시작 이후 인류 사회에 가장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다. 식량 생산, 위생시설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도시의 인구가 폭증했는데, 이는 인류 역사 상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농촌 사회 우위의 인구 거주구조에 대한 대반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맥닐은 인류 역사에서 도시를 둘러싼 거대한 농촌 사회가 인류 역사를 지속시켜온 원동력이라 보고 있다. 농촌은 자급자족적인 경제를 운영하고 도시에 노동과 자원을 공급하며 사회를 지속시켜주는 각종 도덕과 전통을 지속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세기의 발전은 그런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20세기 역사는 도시 문명 중심의 역사다. 인구의 재생산은 도시에서 이뤄지며, 사회의 관습과 도덕도 도시에서 나날이 갱신되고 있다.
수송수단과 매스미디어의 발전은 농촌이 도시에 예속되고, 또 도시와 큰 차이없는 사회를 만들어내게 했다. 현대의 농촌은 일종의 낙후된 도시로서 존재한다. 이런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생명력을 가질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맥닐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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