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6일 금요일
불평등 사회와 지대추구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와 박창기의 <혁신하라 한국경제>의 공통점은 1대99의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다. 여기서 1대99란 소수의 수퍼리치들이 사회 전체 부의 상당부분을 독식하고, 대다수 근로자들이 상대적 또는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회 구조를 가리킨다. 스티글리츠와 박창기가 인용하고 있는 상당수의 통계 자료들에 따르면, 최근 수십년간 미국과 한국 둘 다 사회 최상층의 소득증가율은 두드러진 반면, 근로자 대다수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서도 두 저자는 비슷한 진단을 한다. 경제학 용어로 렌트, 즉 지대를 사회 최상층이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렌트는 정상이윤을 넘어선 잉여이익을 가리킨다. 경제학적으로는 불완전한 경쟁상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완전경쟁일 때 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재화를 구입하면서, 생산자가 챙기는 초과이익을 말한다. 주로 천연자원이나 전기처럼 소수의 공급자만 존재하는 독과점 시장, 또는 법률이나 의료 등 진입장벽이 높은 서비스 시장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익을 렌트라고 볼 수 있다.
스티글리츠가 주로 지적하는 분야는 금융이다. 미국 경제에서 금융 부문에 종사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 렌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방만한 경영으로 은행 경영이 부실해져도, 국가가 세금을 쏟아부어 회생시키는 동안, 경영자들은 보너스 파티를 벌이는 현실이 적나라한 지대추구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박창기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지대추구 현상을 본다. 규제에서 벗어난 소수의 재벌이 바로 그 예다. 출자총액제한이 풀리자, 총수 일가 지분 100%인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고 주가를 올려 배당을 챙기거나, 빵집같은 서민업종에 진출해 수익을 올리는 행태들이 지대 추구의 예가 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높고 보수가 좋은 교사나 공무원도 지대추구의 한 예로 볼 수 있다고 박창기는 지적한다.
지대추구는 제 3세력의 개입없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풀어나가기 어렵다. 특히 국가가 지대추구 세력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거나, 공정한 규제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할 때 지대추구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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